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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학회 2010 춘계학술대회] 만성질환관리 무엇이 문제인가?
 작성자(아이디) hpwebzine  작성자(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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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04.14 16:16:29
 수정일 2010.04.14 16: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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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통신]

 

[건강정책학회 2010 춘계학술대회]

 

100분토론: 만성질환관리, 무엇이 문제인가?

 

 

 

 

 

주   관 만성질환관리공부방

정   리 Healthy Sphere 편집위원회

 

세션 제목만큼이나 토론의 열기 또한 뜨거웠다.

그리고 진짜 100분 동안 진행되었다! (배정시간은 90분 이었음에도)

이날 토론은 만성질환관리공부모임에서 준비하였는데, 공식적 토론자 외에도 현장에서 실제 만성질환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 임상의사, 연구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청중이자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본격적인 토론을 지켜보기에 앞서 우선 토론자별로 사전에 준비한 토론문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는 만성질환관리의 사회학에 대해 정리하였다. 조교수는 만성질환 관리의 대상자들은 급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처럼 온전히 환자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점이 만성질환 관리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하였다. 급성질환의 경우 정상인과 환자의 구분이 엄격히 나누어질 수 있고, 질병을 앓는 동안 환자는 사회적 역할 수행을 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우나 만성질환의 경우에는 신체적 제한이 있는 와중에도 정상적 사회생활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만들어진다고 하였다. 그리고 만성질환에 대한 대응은 ‘문제의 대응’ 못지않게 ‘감정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만성질환 관리의 주체성과 관련하여서는 환자 자신이 생의 의미를 재구성하면서 제한된 삶이지만 무엇인가 일상생활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때 질환관리의 주체성도 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연세대 심리학과 정경미 교수는 만성질환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 특히 자기관리 프로그램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하였다. 자기관리 프로그램은 일상적인 생활습관에서 임상적인 문제행동 및 정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표행동의 변화를 위해 체계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정교수는 아동비만캠프, 심혈관 환자 대상 자기프로그램 운영 사례 등 다양한 자기관리 프로그램 적용 사례를 소개하면서 만성질환 관리가 결국 생활습관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만큼 집중적 자기관리 프로그램이 유효할 수 있다는 요지의 주장을 하였다. 정교수에 따르면 행동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66일로 행동의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이 기간은 증가한다고 한다. 그만큼 습관 형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박기수 교수는 고혈압의 예를 들어 만성질환관리에서 그간 논의되고 정의되어온 것들이 결국 생의학적모형에 기반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전염병처럼 환자/비환자의 기준이 명확한 것이 아님에도 절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환자와 건강인 이렇게 이분법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였다. 그리고 박교수는 기존 보건교육의 정의는 보건교육의 목적과 대상을 분명히 밝혀주고는 있으나 개인과 지역 주민을 보건교육의 대상으로서 인식할 뿐 보건교육의 주체로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제한점을 가지는 바, 보건교육의 정의도 확장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만성질환에서는 자조관리 프로그램이 기존의 보건교육의 보완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한림대 김재용 교수는 성공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환경적-개인적 맥락들을 면밀히 고려하는 접근법이 필수적이나 우리나라의 학자와 행정가들은 여러 중재조치나 프로그램을 적용함에 있어 근거에 기반하지 않고, 심지어 근거를 증명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였다. 김교수는 실무적으로 두 가지를 제안하였는데, 첫째, 정책이나 프로그램의 집행과 평가의 주체를 분리하여 객관적인 평가와 견제의 기준이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 급성질환과 달리 만성질환에는 정답이나 완치방법이 없는 만큼, 실험실적-의생물학적 접근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현실의 사회문화적-경제적-의생물학적 맥락에서 검토가능한 모든 중재조치들의 실제적 효과 여부를 검증하고 이러한 근거에 기반한 건강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각자 준비한 토론내용을 들은 후 본격적인 자유토론이 진행되었는데, 모든 토론자들이 기존의 생의학적 모형에 입각한 접근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으나 구체적 접근 방법에서는 차이점을 보였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박기수 교수는 실제 본인의 경험을 예로 들어 전문가의 상식과 환자가 갖고 있는 상식에 존재하는 격차를 논하고, 환자-의사 사이의 상식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김재용 교수 또한 비슷한 논지의 토론을 하였는데, 김교수는 만성질환자들에 대한 심층면접 결과, 환자들이 의사의 말을 무시할뿐더러 때로는 분노하는 경우도 있더라고 소개하며 약 처방 받는 것 외에 의사들의 말을 들어서 별로 건지는 것이 없다는 것이 면접대상자들의 대체적 반응들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조병희 교수는 환자들이 의사 말을 안 듣는 이유는 환자가 기대하는 말을 (의사가)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만성질환은 일상생활에 대한 관리인만큼 (경로당 동기처럼)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말을 더 잘 수용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환자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려면 지금처럼 질환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중심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환자 혼자서는 어렵고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자조그룹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이에 정경미 교수는 자조그룹은 효과가 제한적인 것 같다고 비판하며 변화를 가져오려면 일단 모여야 하는데 자조그룹의 경우 끝까지 모임을 이끌고 나가기가 어렵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심혈관환자 대상 자기관리 프로그램의 경우 참여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도움이 중요했다며 다학제적인 팀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역설하였다.

그러나 조병희 교수는 의사에 기대어 팀을 운영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생활공간 속에서 정기적으로 모이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룹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반박하였다. 느슨한 연대가 오히려 생명력이 길다는 것이다.

이때 청중석에 앉아 있던 조홍준 건강정책학회 회장이 토론자들이 제시하는 대안들의 현실성을 꼬집는 발언을 하였다. 집단상담심리가 과연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나? 우리나라는 인구 일인당 의료기관 방문 빈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차라리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하여 간단한 상담을 반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 아닌가라는 문제제기를 하였다.

이에 조병희 교수는 전체주의적 모델이라고 비판하였고 정경미 교수는 집단상담심리는 아예 의지가 없는 사람이나 혼자서도 잘 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중간 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김재용 교수는 12주 집단상담프로그램이든 자조프로그램이든 효과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또 다른 참여자는 개인관리와 집단관리를 구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학교 내 탄산음료 자판기의 규제를 예로 들며 만성질환의 경우 시스템에 개입하여 환경적 조건을 바꾸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에 조병희 교수는 위로부터의 규제보다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박기수 교수는 만성질환자들은 자신의 질환을 이미 생활로 받아들이고 자기 나름의 지식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며 환자-의사가 동등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이 문제를 다를 때에는 사회학적 접근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그 외 실제 만성질환관리 사업을 담당하는 보건소나 학계에서 오신 분들의 발언도 있었다. 시종 일관 조용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진행되던 토론회는 기어이 100분을 채우고 성황리에 종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