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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학회 2010 춘계학술대회] 국제보건의 이론과 현황
 작성자(아이디) hpwebzine  작성자(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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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04.14 18:26:01
 수정일 2010.04.14 19: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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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통신]

 

[건강정책학회 2010 춘계학술대회]

 

국제보건: 높은 관심, 많은 과제, 갈길 먼 우리나라

 

 

 

 

 

주   최 비판과 대안을 위한건강정책학회

              한국국제보건학생연합

정   리 Healthy Sphere 편집위원회

 

“어느 날 건강 상태가 매우 나쁜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한다면 우리는 국제 보건의 관점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는 국제 보건 세션의 연자인 김창엽 교수가 강연의 마지막에 던진 질문이다.

 

“국제 보건의 이론과 현황” 세션은 ‘국제 보건의 원칙과 전략’에 대한 김창엽 교수(서울대)의 발표에 이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공적 개발 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정책의 방향에 대한 보건복지부 장재혁 국제협력관의 발표로 이루어졌다. 최근 국제 보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학회장에는 한국국제보건학생연합에 소속된 많은 학생들을 포함하여 많은 청중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김창엽 교수는 국제 보건의 윤리적 근거를 Ruger의 국지적 국제주의(provincial globalism)를 중심으로 설명하였다. 모든 인류가 건강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도덕적 의무이면 사회 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며 이러한 책임을 개인, 지역, 국가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김 교수는 국제 보건의 원칙으로 파리 선언의 5가지 원칙을 소개하였다. 파리 선언의 원칙은 ① 원조 받는 국가가 사업을 주도해야 하며(ownership), ② 원조 받는 국가의 개발 전략, 제도, 절차에 부합하는 원조가 이루어져야 하며(alignment), ③ 특정 국가에 원조를 하는 여러 나라들이 협력함으로써 효과적인 원조 사업이 되도록 해야 하며(harmonization), ④ 성과 지향적 원조 사업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managing for results), ⑤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에 근거하여 원조 받는 국가와 원조하는 국가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mutual accountability) 것이다.

 

김 교수는 국제 협력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의 달성이 국제 보건이 기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꼽았다. UN MDGs 8개 중 절반에 해당하는 4개가 직간접적으로 보건과 관련되어 있다. 이들 중 아동 사망률 감소(MDG 4)와 산모 사망률 감소(MDG 5)는 대표적인 보건 관련 MDG이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국제 보건 사업에서 기존 수직적 보건 사업(vertical health program)이라는 접근 방법의 대안으로 보건 체계 강화(health system strengthening) 접근 전략의 필요성을 설명하였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국제 보건 사업에서 수직적 보건 사업은 HIV,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 관리 분야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모성 보건을 비롯한 중요한 보건 문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수직적 보건 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특정 사업 분야에 대규모의 자원을 투자하여 단기간에 성과를 달성하려고 하는 수직적 보건 사업 전략과 달리 보건 체계 강화 접근 전략에서는 개별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인력, 시설, 재정, 관리, 서비스 제공 체계와 같은 전반적 보건 체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수직적 보건 사업 접근 전략에 한계가 있지만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서 성과를 내는 데 장시간이 소요되는 보건 체계 강화 접근 전략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두 번째 발표자인 보건복지부 장재혁 국제협력관은 “한국형 원조 전략에 기반을 둔 ODA의 선진화 추진”을 향후 보건복지부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우리나라는 OECD 개발 원조 위원회 가입을 계기로 현재 국민 총소득의 0.1%에 못 미치는 ODA 규모를 2015년까지 0.25% 수준으로 약 3배가량 늘려 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장 국장의 발표는 많은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병원 건립 중심의 보건의료 원조 방식은 의료 접근성 제고 측면에서는 일정한 성과가 있으나 질병 발생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기 못한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해당 지역의 보건의료 사업과 연계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가 미흡하여 원조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원조 받는 국가가 요구하는 단편적인 사업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보건의료 현황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후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기존의 병원 건립 중심의 사업을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일차보건의료 사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시혜적인 성격의 단편적이고 단기간의 원조 사업에서 원조 받는 국가의 역량 강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장기간에 걸쳐 포괄적인 원조 사업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 국장은 라오스에서의 모자 보건 사업과 라오스 국립 의과대학 교수 연수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꼽았다. 라오스 모자 보건 사업은 우리나라의 ‘성공 경험’을 라오스에 적용하는 ‘한국형 지원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협력 기관으로 선정하여 라오스 국립 의과대학 교수들에 대한 초청 교육 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장 국장은 이 사업을 선정하게 된 배경으로 해방 직후 미국 미네소타 대학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을 초청하여 연수 교육을 제공한 ‘미네소타 프로젝트‘의 성공 경험을 들었다.

 

두 발표자의 발표에 이어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국제 보건의 원칙과 관점에서 의사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한 의과대학생의 질문에 대해 김창엽 교수는 ‘공정 무역을 통해 수입된 커피 마시기’를 예로 들면서 국제 보건의 원칙과 관점에서 사고하고 이를 일상생활에서 작은 실천으로 이어 나가야 한다는 “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답변을 하였다.

 

“국제 보건의 이론과 현황” 세션은 이론적인 측면에서 국제 보건의 원칙과 과제를 확인하고 향후 우리나라 ODA 정책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제 보건 원칙과 현실의 거대한 간극에서 오는 답답한 심정을 절감할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도 했다. 지금도 많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많은 원조 기구와 국가들이 원조 받는 국가의 요구와 무관한 사업들, 조정과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업들, 해당 국가의 역량 강화로 귀결되지 않는 단발성 사업들을 남발하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한국형 원조 전략에 기반을 둔 ODA의 선진화 추진”이라는 정책 방향은 타당한 것이라고 판단되나 구체성은 매우 부족하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제 보건의 정책 방향에 대해 ‘답변’보다 더 많은 ‘질문’을 갖게 만드는 세션이었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관련 기관들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실천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역량을 어떻게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