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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칼럼 11호] ‘1만1000원의 기적’을 위하여 (김윤,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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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06.17 11:58:35
 수정일 2010.06.17 14: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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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통신]

 

[건강정책칼럼 11호]

 

 

'1만1000원의 기적'을 위하여

 

 

 

 

 

김 윤 서울대

 

 

건강보험료 1만 1000원을 더 부담해서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는 시민운동이 지난 9일 시작되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보험료를 더 내겠다고 하는 것도 고무적이지만 국민 1인당 매월 1만 1000원만 더 부담하면 병원비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니 더욱 획기적인 제안이다. 이 같은 ‘1만 1000원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한 운동에 시민 단체, 환자 단체, 노동 단체와 함께 많은 지식인들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2%, OECD 국가들의 90%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건강보험이 진료비를 해결해 주지 못하니 불안한 국민들은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그 결과 민간 의료보험 시장 규모는 2003년 약 6조 원에서 2008년 12조 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민 1인당 월평균 국민건강보험료는 3만 원,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보험료는 12만 원이다. 국민건강보험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나머지 ⅓의 진료비에 대비하기 위해 국민들은 국민건강보험료보다 3배나 많은 민간 의료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이 OECD 국가 수준으로 보장률을 높인다면 국민들은 지금 부담하고 있는 민간 의료보험료보다 훨씬 더 적은 금액을 국민건강보험료로 내더라도 병원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할 형편이 되지 못하는 국민들도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한층 높아진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늘어나는 재정 부담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데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이 더 부담하는 보험료에 상응하여 정부와 기업도 건강보험에 대한 재정 부담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은 국민의 불안과 의료비 불안과 경제적 부담을 높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과중한 병원비 때문에 빈곤 계층으로 전락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과중한 사교육비와 마찬가지로 과중한 민간 의료보험료 부담에 중산층들이 고통 받는 사회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제까지 정부는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는 건강보험이 국민들에게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 이용을 보장할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선택적이고 고급스러운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국민건강보험이 필수적 의료 서비스 이용으로 인한 병원비를 충분히 보장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민간 의료보험이 활성화되어야 할 곳은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고급 의료 서비스 시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미국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필수 의료 서비스 영역에서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는 의료비의 증가와 비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1만 1000원의 기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제도적 보완책도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인하여 의료비가 지나치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비급여 영역이 없어진 병의원들의 공급자 유인 수요와 병원비 부담이 줄어든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의료비 총액 증가율을 통제할 수 있는 총액 계약제, 현행 행위별 수가제로 인한 과잉 진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외래에서의 주치의 제도와 입원 DRG 제도와 같은 대안들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국민들 개개인이 보육과 교육에 대한 과중한 부담을 져야 하는 사회이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지 못한 결과는 국민들의 ‘출산 파업’으로 인한 ‘저출산 사회’의 위기로 우리 사회에 되돌아왔다. 만약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데 소극적으로 대처하여 국민들 개개인이 병원비로 인한 불안과 과중한 부담을 지게 되는 사회를 만든다면 우리 사회는 이로 인해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병원비 때문에 빈곤 계층으로 전락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과중한 민간 의료보험료 부담에 고통 받는 중산층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저출산 사회’를 만들어 낸 것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는 시민운동의 성공에 큰 기대를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