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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10호] 주민 건강에 대한 지방정부의 책임의식 실종 (Healthy Sphere 편집위원회)
 작성자(아이디) hpwebzine  작성자(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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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05.11 23:40:12
 수정일 2010.05.11 23: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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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통신]

 

[심층분석 10호]

 

 

주민 건강에 대한 지방정부의 책임의식 실종

 

 

 

 

 

Healthy Sphere 편집위원회

 

 

건강을 비롯한 주민의 복지 향상은 지방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각양각색인 지역의 특성과 주민의 요구를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정책으로 충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민의 삶과 밀착된 지방정부가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제 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방정부가 건강을 비롯한 주민의 복지 향상을 실제로 주도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를 지방정부의 주된 역할로 인식하고 있는가? 아쉽게도 이런 질문에 선뜻 긍정적으로 답변하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전국민 건강보험 체계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들 이야기한다. 보건소 운영과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 지원 사업, 그리고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위한 예산 분담 정도가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사업의 전부인양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건강문제는 단지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 보건소 운영으로 국한되지 않는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한 양상의 문제이다. 건강문제를 아픈 사람이 병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정도로 생각하니, 주민 건강을 위한 지방정부의 별다른 역할이 없는 것으로 인식된다.

우리나라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질병관리, 더 나아가 건강한 생활환경 등은 서구 선진국과 비교할 때,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전국민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제도로 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은 대폭 향상되었지만, 치료서비스 이외의 건강 관련 서비스와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해결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존 지방선거에서는 주민 건강 향상을 위한 진정성 있는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야를 막론하고, 개발공약 일색이다. 그나마 일부 주민 건강 관련 공약조차도 임시방편적이거나 선심성 공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방정부가 주민 건강을 챙기는 책임 있는 건강정책을 수행하기에는 지방정부의 예산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지방정부 재정의 취약성을 거론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2009년 현재 50%대에 불과한 ‘재정자립도’이다. 지방정부 전체 재정의 절반가량을 중앙정부로부터 얻어 쓰는 실정이라서 건강을 비롯한 복지 확충에 투입할 재정 여력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영국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20~30%에 불과하고, 미국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도 우리나라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불과하지만, 건강을 비롯한 주민 복지 향상을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재정이 취약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재정을 나누어받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재정자주도’로 지칭되는 지방정부가 재량권을 가지고 쓸 수 있는 예산의 비중이다. 50%대에 불과한 재정자립도와는 달리, 재정자주도는 평균 80%대에 육박하고 있다. 즉, 지방정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가 재량권을 가지고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정된 예산을 호화청사를 신축하고, 멀쩡한 강바닥을 뒤집는데 쏟아 부을 것인지? 건강을 비롯한 주민의 복지 향상에 투입할 것인지는 지방정부와 자치단체장의 우선순위, 그리고 의지에 좌우될 수 있다.

예산 문제 다음으로 흔히 거론하는 사안이 인력 부족 문제이다. 건강을 비롯한 복지서비스 확충을 위해서는 인력이 확충되어야 하는데, 총 정원이 묶여있어서 인력 확충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현재 지방정부의 공무원 인력 규모는 ‘총액인건비제’의 적용을 받는다. 총액인건비 한도 내에서 어떤 사람을 쓰고 어떤 일을 시킬 지는 자치단체장의 재량권에 속한다. 즉, 인력 문제도 지방정부와 자치단체장의 우선순위와 의지에 따라 일정 정도 해결 가능하다.

물론, 재정과 인력 문제가 중요한 장애요인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어디선가 돈 주고 사람 주면 일을 해 보겠다는 식의 발상은 지방정부의 실종된 책임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지방정부와 동일한 재정과 인력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지방정부들도 있다. 도심 외곽 지역에 사실상의 보건소를 하나 더 만든 김해시, 그리고 도시 보건지소를 신설하여 운영하고 있는 여러 지자체들, 주민센터에 미니 보건소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지자체 등이 그 예이다. 이들 지방정부가 재정이 넘치고, 인력이 넘쳐서 이런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와 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의지와 이에 따른 우선순위의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부 모범적인 선례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비롯한 주민 복지는 여전히 지방정부의 일차적 관심사에서 비켜나 있다. 그리고 지역 주민의 요구도 그리 높지 않다. 지역 주민의 요구가 높지 않은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아직까지 지방정부가 주도한 복지서비스를 충분히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건강을 비롯한 주민 복지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 공무원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건강을 비롯한 주민 복지 향상이 자치단체장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의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전근대적 선거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지역 주민 스스로가 과연 우리 지역이 어떻게 가꾸어져야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 공동체가 행복해 질 수 있는지를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삶의 질에 대한 요구를 표출해야, 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이 중앙정치와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 주민을 바라보면서 행정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건강을 비롯한 주민의 복지 향상이 지방행정의 중심에 놓이게 될 것이다. 결국 건강을 비롯한 주민의 복지 향상에 대한 지방정부의 실종된 책임의식을 되살리는 것은 지역 주민의 생각과 행동에 달려 있다.

 

* 본 원고는 『김용익 등. 복지 도시를 만드는 여섯 가지 방법. 도서출판 석탑, 2010』의 내용을 근간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