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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10호] 지역 간 건강격차와 지방자치 (윤태호,부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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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05.11 23:48:41
 수정일 2010.05.12 1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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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통신]

 

[심층분석 10호]

 

 

지역 간 건강격차와 지방자치

 

 

 

 

 

윤태호 부산대

 

 

우리 사회의 지역 간 건강격차는 농촌과 도시의 격차,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격차로 요약할 수 있다. 농촌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동일한 연령대의 도시 거주자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더 높다. 연령 표준화사망률로 비교하더라도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들은 대부분 농촌지역들이다. 마찬가지로 비수도권 지역은 동일한 연령구조라 하더라도 수도권 지역에 비해 훨씬 높은 사망률을 나타낸다. 2008년 통계청 사망통계에 따르면, 연령구조를 표준화한 후에도 부산 시민들은 서울 시민에 비해 인구 10만 명당 117명이 더 사망하며, 이를 부산시 인구로 환산하면 매년 4,100명이 초과사망을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게다가, 서울시의 강남과 강북의 건강 격차는 전국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는 미미한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 부산시에서 가장 사망률이 낮은 구와 서울시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은 구와의 차이는 거의 없다. 이러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건강격차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으로의 자원 및 투자의 집중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지표들 모두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심각한 정도이다.

건강은 사회적 결과물이다. 한 개인의 불건강 내지 질병, 그리고 사망은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적 요인과 독립된 생물학적 반응의 결과물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생물학적 반응의 결과인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것들을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으로 부른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으로는 사회계층·계급, 소득수준, 교육수준과 같은 개인적 수준의 요인들도 있지만, 그 개인이 거주하는 지역사회, 일하는 사업장과 같은 지역적·공간적 수준의 요인들도 존재한다. 지역이라는 공간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개인들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그 지역사회 고유의 사회적, 물리적 환경, 사회적 규범과 자본을 공유하며, 이렇게 공유된 환경과 자원 등의 개인의 효과를 뛰어넘는 지역 그 자체의 효과에 의한 지역 특이적 건강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예컨대, 부산, 울산, 동부경남에 위치한 대부분 기초지자체들의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특이적으로 높은 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지금까지 지역 간 건강격차의 문제는 다루어지지 않았거나, 보건의료 자원의 분포 문제 정도로만 다루어져 왔었다. 물론, 보건의료 자원이 지역 간 건강격차를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건 아주 일부분만 도움이 될 뿐이다. 지역의 건강격차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들은 바로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있다. 실제, 지역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의미하는 지역박탈지수와 단위 인구당 75세 미만의 사망년수를 의미하는 조기사망지수 간에는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지역 간 건강격차의 문제는 보건의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지역의 사회적, 경제적 균형 발전의 문제이다.

지역 간 건강격차는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는 당위론적이며, 실질적인 근거를 제공할 뿐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예컨대, 건강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을 가장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지역 간 건강격차의 해결은 바로 지역의 균형발전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영국의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 사업의 평가지표로는 건강의 결과(사고, 질병 사망률), 건강의 중재 요인(식이, 독감예방접종, 학교체육과 학내 스포츠 활동, 흡연율 등),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빈곤 아동, 교육, 노숙, 주거 등)등을 포괄하고 있다. 즉, 지역 간 건강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건소 중심의 보건의료사업으로는 역부족이며, 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의지가 이들 지표들에 압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지역균형발전을 지역의 경제 성장 정도로만 간주하고 있는 듯하다. 지역의 균형 발전이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 증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토호세력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수의 혜택을 보는 이들만 존재할 뿐이다. 더군다나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해 지방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지역 간 건강격차가 완화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지역 간 건강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는 중앙정부와 주민의 복지를 우선적으로 여기는 지방정부의 능동적 역할이 중요하다. 다수의 지역 주민들이 아니라 소수의 토호세력이나 기득권 세력들에게 이권이 집중되는 사업으로는 지속가능한 지역의 균형발전은 달성될 수 없고, 더군다나 지역 간 건강격차의 해소는 더더욱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서 기획한 복지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전달자로서의 기능 뿐 아니라, 지역의 복지 욕구를 수렴하여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상향식 정책 생산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어떤 지방정부인가에 따라 주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 수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역균형발전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 증진에 있다면, 그러한 방향으로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럴 때에 지역 간 건강격차의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그리고, 주민들이 행사해야 할 중요한 권리 중 하나는 이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지방의 정치권력을 선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