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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Brief 8호] 자원 제약 하에서의 우선순위 설정, 그리고 공정성 (배은영,상지대)
 작성자(아이디) hpwebzine  작성자(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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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03.08 10:28:42
 수정일 2010.03.08 10: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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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통신]

[Research Brief 8호]

자원 제약 하에서의 우선순위 설정, 그리고 공정성

 

배 은 영

상지대

 

 

공공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할 때 경제성평가를 하는 이유는 재정지출을 필요로 하는 모든 용도를 충족시킬 만큼 우리가 가진 자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용가능한 자원은 제한되어 있는데 그 자원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은 바, 불가피하게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게 된다. 그리고 같은 비용을 들인다면 더 큰 편익을 산출할 수 있는 분야에, 혹은 같은 편익을 산출한다면 기왕이면 더 적은 비용을 들이는 방식으로 자원을 할당하기 위해 경제성평가를 실시한다. 경제성평가 자체는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자원배분 의사결정은 생각만큼 그리 간단하지 않다. '건강최대화‘만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유일한 가치라면 경제성평가만으로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는 건강최대화 뿐 아니라 형평성이나 자원배분의 공정성에도 관심이 있다. 그리고 이들 기준은 때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상충하는 경우도 있다.

간단한 예로 임상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 사례를 살펴보자. 어떤 환자를 우선 치료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임상 의사들은 대개 질병의 중증도와 예후를 고려하게 된다. 이때 예후(기대 결과)에 대한 임상의의 관심은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통해 건강최대화를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관련되어 있다.

한편 질병의 중증도에 대한 관심은 공정하게 건강을 분배하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만약 훨씬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와 상대적으로 상태가 덜 위중한 두 환자가 있는데, 전자는 치료해봐야 회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후자는 치료를 통해 거의 100% 이환 전 상태로 회복이 가능하다면 어느 환자를 우선 치료할 것인가? 만약 후자를 선택하였다면 건강최대화의 기준을 우선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전자를 선택하였다면 건강욕구 충족의 공정한 기회 보장에 더 큰 가중치를 둔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어느 가치를 다른 가치에 우선할 것인가는 쉽게 결론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먼 대니얼스는 보건의료에서 자원배분 의사결정은 도덕적 불일치가 흔히 일어나는 영역이고 그러한 의사결정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신중한 숙고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먼 대니얼스는 이를 합당성에 관한 해명책임(accountability for reasonableness)으로 개념화하였는데 의사결정이 정당한 것으로 수용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첫째, 의사결정의 내용과 그 근거에 대해 공적으로 접근 가능하여야 하고(공지성 조건, publicity condition), 둘째, 의사결정이 공정한 마음의(fair minded) 소유자들에 의해 적절한 것으로 수용될 수 있는 사유에 근거하여야 하며(관련성 조건, relevance condition), 셋째, 새로운 근거나 주장이 제기되었을 때 (애초의 결정이) 수정되고 개선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고(수정과 이의 제기의 조건, appeals and revision condition), 마지막으로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공적 규제가 있어야 한다(규제적 조건, regulative condition)고 주장하였다. 노먼 대니얼스가 주창한 합당성에 관한 해명 책임을 설명하는 이상 네 가지 조건은 많은 공적 자원배분 의사결정 기구의 운영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노먼 대니얼스의 주장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만 확보한다고 해서 저절로 최적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과정의 공정성만 강조함으로써 효율과 형평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어려운 의사결정을 피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절차가 공정하지 못하다면 보다 큰 효율과 형평을 성취할 수 있는 제안이라 하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의사결정에는 경제학적 접근과 더불어 윤리학적 접근이 반드시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노먼 대니얼스의 합당성에 관한 해명책임(accountability for reasonableness)과 관련한 논쟁은 의료윤리학 분야의 저널에 주로 소개가 되어 있다. 다음은 합당성에 관한 해명책임이 설명되어 있는 논문과 이에 대한 비판, 반비판의 내용을 담고 있는 논문들이다. 공정한 자원배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독을 권할 만하다.

 

* 참고문헌

노먼 대니얼스(Norman Daniels). (2009). 「분배정의와 의료보장: 건강욕구의 공정학 충족」. 서울: 사회복지 전문출판 나눔의 집.

Friedman A. Beyond accountability for reasonableness. Bioethics 2008; 22: 101-12.

Rid A. Justice and procedure: how does "accountability for reasonableness" result in fair limit-setting decisions? J Med Ethics 2009; 35: 12-16.

Daniels N. Just health: replies and further thoughts. J Med Ethics 2009; 35:36-41.

Donaldson C, Bate A, Brambleby P, Waldner H. Moving forward on rationing: an economic view. BMJ 2008; 337: 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