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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Brief 11호] 술에 최저가격제를 도입하면? (손한경)
 작성자(아이디) hpwebzine  작성자(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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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06.17 12:50:51
 수정일 2010.06.17 14: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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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통신]

 

[Research Brief 11호]

 

 

술에 최저가격제를 도입하면?

 

 

 

 

 

손한경

 

 

지금보다 더 가난했던 시절에 술은 지금보다 더 자주 많이 마셨다. 나의 예산선은 좌하향으로 급격하게 수축하곤 했지만 술 없는 만남이나 술 없는 세상은 상상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가진 최소의 예산을 투입해 최대의 산출을 얻고자, 맥주, 막걸리, 소주, 고량주, 포도주 따위의 여러 가지 상품의 가격과 순수 알콜(에탄올) 함량을 비교하곤 했다. 어차피 취할 거라면 가난한 내게는 싼값에 제일 많은 양의 알콜을 제공하는 상품이 최고니까.

 

흔히 건강과 관련된 생활 습관 혹은 행태(health behaviour)로 운동, 흡연, 음주, 식생활 따위를 꼽는다.  포도주뿐 아니라 맥주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술 권하는 사회’에 살면서 몸에 좋을 정도만 마시고 멈추기가 어디 쉬운가. 남한의 술 소비량이 꽤 많다는데 술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중동 아시아(그래도 술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다고 한다.)와 취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북아프리카를 빼고 나면 러시아와 유럽의 술 소비량이 제일 많다(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a/a9/Alcohol_consumption_per_capita_world_map.PNG, WHO, 2008).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성인 5천5백만 명을 빼면 연간 유럽연합 국가의 일 인당 술 소비량이 15리터에 달하고 알코올 의존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2천3백만 명이라고 한다(A Fernando et al., 2008). 술 소비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건강과 의료비 문제로 이어지지만 무작정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 특히 전 세계 주류 생산량의 절반을 유럽연합이 차지하고 유럽연합 전체 경제 활동의 25%가 주류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음주에 대한 보건의료적 개입은 개인 행태 수준을 벗어나 국가의 노동 정책과 산업 정책의 영역이 된다. 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활동에 고용된 인구와 주세를 통한 정부의 재정 수입을 생각해서라도 쉽게 술 소비를 줄이려는 정책을 펴지 못한다고나 할까.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a/a9/Alcohol_consumption_per_capita_world_map.PNG, WHO, 2008)

보건경제학에서는 흔히 소비 선택 이론으로 술의 소비 행태를 분석하는데 시간 경과에 따른 영향의 변화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같이 고려한다. 연구 주제와 사용한 표본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한 가지 일관된 게 있다면 바로 가격에 관한 연구이다. 즉, 담배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올라가면 술 소비는 줄어들고 관련된 위해도 줄어든다. 소비자가 술의 부작용이 가져오는 외부 효과를 고려하도록 가격을 올린다면 소비량이 줄겠지만 그 다음도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가격 인상으로  (흔히 건강에 좋다고 여겨지는) 적당한 술 소비가 줄어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술의 소비로 인한 음주의 사회적 비용은 지나친 음주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술을 마시는 사람의 효용이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알콜(에탄올) 함량 100%의 술이 아니라 알콜이 섞인 여러 가지 형태의 상품으로 시장에 등장하기 때문에 각 상품의 특성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알콜 함량이 높은 술이 든 초콜릿이나, 오렌지 주스와 발포성 포도주를 섞은 (흔히 미모사라고 불리는) 알콜성 음료를 다루는 규제 방식을 따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밖에 거시적으로는 관련 산업 분야가 위축되고 정부의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

 

최근 영국은 술에 대한 최저 가격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Ludbrook, 2009). 잉글랜드는 알콜 한 단위(에탄올 10 밀리리터)당 50펜스, 스코틀랜드는  40펜스를 최저 가격으로 해서 술을 팔 때 그 이하의 가격으로는 결코 팔 수 없도록 하자는 안이다. 알콜 단위당 최저 가격은 알콜 소비로 인한 일 인당 사회적 비용을 일 인당 평균 알콜 소비량으로 나눠서 얻은 45펜스와 비슷하다.

 

최저 가격제가 도입되면 비교적 싼 술에 대해서는 가격과 알콜 함량을 비교해 가며 가격 대비 알콜 함량이 제일 많은 술을 찾던 가난한 날의 내 방식이 별 소용 없게 된다. 아니 소용이 없다기보다 주어진 예산으로 섭취할 수 있는 알콜 함량은 고정되기 때문에 수입이 늘거나 다른 소비재의 소비를 줄이지 않는 한 알콜 섭취량을 늘리기 어렵다. 따라서 (상습적으로) 과음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제법 적절한 규제 방법이 될 듯하다.

 

최저 가격제와 함께 식당이나 술집이 판매 촉진을 위해 특별 판매(목요일, 병맥주 균일 3천 원, 안주와 맥주 네 병 셋트 만 원 따위)하는 것을 금지하고 식품점과 대규모 할인점에서 깎아 파는 것(한 개 사면 한 개 공짜)도 도입할 계획이다.

 

여러 반대 의견 중 최저 가격제 때문에 식당과 술집의 수입이 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약간 다른 차원이지만 식당과 술집에서 흡연을 불법화한 이후 매출액이 줄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예측과 다른 소비 행태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고려할 점이 많을 텐데 이에 관련한 이론과 실증 연구는 Cook and Moore (2000)를 참고하면 된다. 미국의 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 따위의 웹 사이트의 정보나 학술 정보 검색으로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할 수도 있다. 술에 최저 가격제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한 영국에서의 논쟁과 관련 연구도 추이를 지켜보면 재밌을 듯하다.

연구는 연구고, 건강에 좋다는 정도로 적당히 술 마시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이제 지방 선거도 끝났고 본격적인 계급 투쟁 시작인가. 또 술이 술을 부르겠구나.

 

참고 문헌

Philip J. Cook and Michael J. Moore. Alcohol in Handbook of Health Economics, Volume 1, A.J. Culyer and J. Newhouse (eds), North Holland. 2000. pp. 1629-1673.

Fernando Anton˜anzas, Roberto Rodrı´guez-Ibeas, Emilio Barco, Manuel Ramı´rez, Mariola Pinillos. Alcohol consumption in the EU: health economics and policy issues under a permanent debate, European Journal of Health Economics, 2008; 9: 1-6.

Anne Ludbrook. Minimum pricing of alcohol, Health Economics, 2009; 18: 1357–1360.

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 Publications on Alcohol Research and health. Accessed at http://www.niaaa.nih.gov/Publications/AlcoholRe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