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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7호] 에티오피아 일차보건의료 사업의 메신저인 보건 요원 (천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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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02.09 11:49:24
 수정일 2010.02.09 11: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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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통신]

[해외 통신]

 

에티오피아 일차보건의료 사업의 메신저인 보건 요원

 

 

   

천 희 란

 

 

우리나라에서는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위기로 대두되어 출산 증진을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에티오피아에서는 우리가 1960~70년대에 그러했듯이 정부의 우선 정책으로 빈곤 탈피와 출산율 감소를 위한 캠페인, 교육 사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에티오피아의 인구 문제를 비롯한 보건 수준 개황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가족계획 및 일차보건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훈련된 “보건 요원(health extension workers, HEWs)” 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프리카 대륙 북동쪽에 뿔 모양으로 위치한 내륙 국가인 에티오피아는 일인당 국민 소득이 110달러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다. 총인구는 약 7천 4백만으로 아프리카 두 번째 인구 대국이며 인구 구조는 15세 이하 유년 인구가 45%를 차지하는 전형적 피라미드 형을 보이고 있다(2007년 인구센서스). 인구 증가는 UN의 새 천 년 개발 목표(MDG goals) 달성의 주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의 의지와 함께, 여러 국제 민간 기구에서도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 다양한 가족계획 프로그램을 중앙 및 지방 행정 단위에서 진행해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994년 센서스 이후 2007년 센서스까지 연간 2.6%의 지속적인 인구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05년 에티오피아 인구건강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합계 출산율은 5.4명으로 주변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추이를 보면 1990년 합계 출산율 6.4명이 2000년 5.5명으로 현격히 떨어졌지만 5년 후 조사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 현재 대대적으로 국가 가족계획 사업이 실시되고 있어서 2010년에 시행될 조사 결과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 보고서에서 보여 주는 에티오피아 출산율의 사회 경제적 그룹간 차이 또한 흥미롭다. 시골 마을을 방문했을 때 자녀가 열 명 가까이 있는 가정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시골 여성의 평균 출산 6.0명에 비해 도시 여성은 2.4명에 불과하다. 또한 교육 수준(중졸이상 2.0명, 무학여성은 6.1명)이나 소득 수준별(최하 6분위 그룹 6.6명, 최상 그룹 3.2명) 차이도 현저하다. 지역에 따른 차이 또한 두드러지는데 수도 아디스 아바바의 경우 출산 대체 수준 이하인 1.4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다수 농촌 지역인 에티오피아에서는 피임을 원하는 여성 비율이 높은 반면 서비스 접근성은 떨어져서 미충족 수요는 34%에 이른다. 피임 실천율은 15%에 못 미치고 있으며, 도농간 차이가 두드러진다 (47% vs. 11%). 에티오피아 정부의 계획은 2010년까지 출산율을 4.0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인데, 이러한 계층별 차이는 에티오피아 가족계획 정책 시행에서 우선순위 대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사진 1. 에티오피아 행정 구역 체계

(Source: Ethiopia Ministry of Health, http://www.moh.gov.et/ )

 

에티오피아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행정 구역을 잠깐 살펴보자(사진 1). 전체 면적은 1,140,000㎢로 한반도의 5배에 이른다. 연방 정부로서 두 개 특별시(아디스 아바바, 동부 디레다와)와 9개의 주(오로미아, 암하라, 티그라이, 아파르, 소말리, 베니사굴-구무즈, 남에티오피아, 감벨라, 하라)로 구성되어 있다. 행정 구역 체계는 9개 주(region), 80개 존(zone), 551개 보레다(woreda), 그리고 약 1만 2천 개 케벨레(kebeles)로 구성되어 있다. 지방 분권화된 행정으로 모든 의사 결정이나 집행은 각 주 정부와 존 오피스에서 관할하고 평가하며 기획 및 실행은 보레다 수준에서 진행하고 있다.    

다양성과 종교는 이 국가의 큰 특징인데, 80개 이상의 민족과 언어가 존재하며 공식 언어는 암하릭어이다. 인구 구성은 오로모인(35%)과 암하라인(27%)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집권 세력은 티그라이(6.1%) 출신이다. 기독교의 역사적 뿌리가 깊은 이 국가는 국민 대다수가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종교는 이들의 생활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약 3천 2백만 명(43.5%)은 에티오피아 정교회를, 약 2천 5백만 명(33.9%)은 이슬람교를, 약 1천 4백만 명(18.6%)은 개신교를 믿고 있다(2007년 센서스). 지역별 종교 분포에 따라 가족계획 실천율이나 출산율이 다르게 나타난다.

1997년 에티오피아 정부는 국가 장기 발전 20년 계획의 일환으로 전 국민에게 접근 가능하고 지불 가능한 일차의료를 폭넓게 제공하자는 정책인 ‘보건의료발전계획(Health Sector Development Program, HSDP)’을 시작하였다. 현재 HSDP III 사업(2005/6~2009/10)이 실시되고 있으며 이 중심축에 2003년부터 실시된 “지역 중심 일차의료 패키지(Health Extension Package)”를 시행하는 보건 요원의 역할이 있다. 이 제도는 지역에서 추천 받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 여성들을 대상으로 1년 교육 후에 이들을 시골 지역 마을 보건진료소(health post)에 두 명씩 파견해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며 일차보건의료를 담당하게 하는 내용이다. 담당 업무는 주로 가족계획을 포함한 모자•가족 보건 서비스, 환경 위생, 질병 관리 및 통제, 보건 교육 등으로 나뉘어진다 (사진 2). 일견 한국에서 간호사를 무의촌에 파견하였던 “보건진료원(community health practitioner)” 제도와 유사하지만 에티오피아 보건 요원들은 대부분이 나이가 20대 초반으로 경험이나 의료 지식, 주민들의 만족도 면에서 한국 보건진료원에 비해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접근성과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 일차의료의 확장형 성공 모델로 국제적으로 상당히 갈채를 받고 있다.


사진 2. 장고 케벨레(Jango Klinsa Kebele, Hetosa Woreda)의 보건진료소와 담당 HEWs

Photos taken by H.Chun, 2009.06.05

 

세계보건기구 통계(World Health Statistics, 2009)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의 현재 보건 수준은 천 명당 영아 사망 75명, 5세 미만 사망 119명, 출생아 십만 명당 모성 사망 720명, 안전 분만율 6%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암울한 보건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정부는 정책적으로 보건 요원의 역할 확장을 더욱 모색하는 중이라 한다. 모자 보건 관련 보수 교육을 대폭 지원하고 있으며 전통 산파(traditional birth attendants, TBA)와 보완적으로 안전 분만, 산전•산후 관리를 시행하도록 하는 교육을 보레다별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최신 피임 기술 교육을 업데이트하며 간호사의 영역이었던 장기 피임 주사제 시술 교육(insertion and removal)까지도 시범 시행하였다. 2008년 정부의HSDP III 중간 평가 보고서에서는 에티오피아 전체 시골 케벨레에 투입되는 보건 요원 3만 명이라는 양적 목표는 달성 가능하다고 평가하며 보건진료소 건축이 지연되고 의료 장비나 지도 감독이 부족한 점을 문제점으로 제기한다. 이런저런 부정적 의견도 있지만 제한적 자원을 활용하여 알마아타 선언(primary health care for all by 2010)의 비전을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뭇 고무적이다.

에티오피아를 떠난 지 몇 달, 해가 바뀌었고 그곳에서 절실했던 생각들이 차츰 희미해지는 시간이 흘렀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쨍쨍 내리쬐는 햇살과 그곳 사람들의 밝은 미소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