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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8호] 메디세이브 (도영경, 싱가포르)
 작성자(아이디) hpwebzine  작성자(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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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03.09 09:52:36
 수정일 2010.03.11 15: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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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통신]

[해외통신 8호]

메디세이브

 

도 영 경

싱가포르

 

 

싱가포르 의료는 한국에 두 가지 키워드로 잘 알려져 있다. 하나는 의료관광이고 다른 하나는 메디세이브(Medisave)이다. 싱가포르는 의료관광의 필수 사례연구 대상이 된 지 오래이고, 비교의료제도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싱가포르 메디세이브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이 메디세이브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메디세이브는 개인 계좌에 적립된 금액으로 본인과 직계 가족의 의료비, 주로 입원의료비를 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에서와 같은 사회연대성이 아니라 “개인(과 가족)의 책임성”이 기본 철학이다. 이런 독특한 성격 때문에 메디세이브는 국가 단위에서는 유일하게 존재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과도한 관심을 받아 왔다. 비교의료제도 강좌는 물론이고, 국민건강보험 재정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의료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 메디세이브와 같은 대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곤 한다. 그러나 한국 건강보험의 단기적인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 싱가포르 메디세이브를 바라보며 개인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입원과 외래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입원진료비 부문에서는싱가포르에 비해 한국이 이미 충분히 개인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논의에서 흔히 간과되는 사실은 싱가포르 의료체계의 80%를 이루는 공공병원에서 퇴원환자 진료비 중 다인실 병상의 경우 정부가 보조하는 실질 비중이 65% 또는 80%까지 이른다는 점이다. 한국은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나 이러저러한 본인부담과 비급여로 실제 보험자 부담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적어도 입원진료비 부문에서는 한국 건강보험은 싱가포르의 "개인의 책임성" 저리가라 할만큼 본인부담률이 높다. 어떻게 보면 싱가포르에서 메디세이브를 통해 개인의 책임성을 철학으로 옹호할 수 있는 것은 이같은 입원진료에 대한 높은 정부 보조금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외래진료비 부문은 이야기가 다르다. 싱가포르 메디세이브는 전통적으로 입원진료비 지불에 국한되어 있었고 외래진료비는 원칙적으로 본인부담이었다 (공공기관은 일부 보조금이 있다). 하지만 2006년 당뇨병에서 시작해서 최근에는 정신분열증과 우울증까지 만성병 외래진료비에 메디세이브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미 포함된 만성병 외에도 유방암 검진과 같이 필요하지만 이용률이 낮은 서비스들도 메디세이브로 지불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인구 고령화와 만성병 증가 현상을 겪고 있는데, 지속적인 외래진료를 통해 만성병을 잘 관리해야 할 환자들이 본인부담 때문에 필요한 의료이용을 하지 않고 그에 따라 더 큰 의료비를 야기한다는 점이 문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메디세이브는 개인의 호주머니에서 당장 나가는 돈이 아니라서 비용의식이 덜할 것이고, 필요한 외래이용의 장벽을 낯출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충분한가, 기대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요컨대, 입원진료 부문에서는 “개인의 책임성”을 모토로 하는 싱가포르 메디세이브와 “보편적 의료보장”을 내세우는 한국의 건강보험이 각각의 구호와 현실이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또한 외래진료 부문에서는 "개인의 책임성"을 바탕으로 신중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권장하고자 한 싱가포르 의료 철학이 만성병 증가로 인해 도전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